시인 김명지
+ 벚꽃 엘레지 +
김명지
비 내리자
홀로
아니 우수수 여럿
땅에 둥지를 틀고 차곡차곡 쌓이는
바람이 분다
새로이 얻은 몸에서 또 떠나야 하는구나
하나둘 바람 따라 젖은 이파리인 채 날려 가는데
남은 몇몇 땅을 움켜잡고 안간힘을 쓴다
누구는 이 길을 그와 걷고 싶어
차라리 눈을 감는다 하는데
나는 바닥을 움켜잡은 벚꽃이파리가 가여워
멀리 있는 그대를 잠시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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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방도 없이 봄바람이 분다
바람을 못 견디고 꽃눈이 내린다
급하게 피었던 꽃이 서둘러 진다
오래 기다려 얻은 몸을 떠나는 게
겁나게 아쉬운 듯
나무 곁을 떠나지 못한다
봄이 아리다
바닥을 움켜잡은 벚꽃이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그대 생각을 잊고 꽃잎을 줍는다
가여움이 온 몸을 파고든다
봄이 많이 아프다
(0408, 가재울에서 지리산)
* 엘레지 / 죽은 사람에 대한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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