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엘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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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엘레지
  • 양재성 기자
  • 승인 2020.04.0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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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명지

+ 벚꽃 엘레지 +

김명지

비 내리자

홀로

아니 우수수 여럿

땅에 둥지를 틀고 차곡차곡 쌓이는

바람이 분다

새로이 얻은 몸에서 또 떠나야 하는구나

하나둘 바람 따라 젖은 이파리인 채 날려 가는데

남은 몇몇 땅을 움켜잡고 안간힘을 쓴다

누구는 이 길을 그와 걷고 싶어

차라리 눈을 감는다 하는데

나는 바닥을 움켜잡은 벚꽃이파리가 가여워

멀리 있는 그대를 잠시 잊는다

+++++++++++++++++++++++

향방도 없이 봄바람이 분다

바람을 못 견디고 꽃눈이 내린다

급하게 피었던 꽃이 서둘러 진다

오래 기다려 얻은 몸을 떠나는 게

겁나게 아쉬운 듯

나무 곁을 떠나지 못한다

봄이 아리다

바닥을 움켜잡은 벚꽃이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그대 생각을 잊고 꽃잎을 줍는다

가여움이 온 몸을 파고든다

봄이 많이 아프다

(0408, 가재울에서 지리산)

* 엘레지 / 죽은 사람에 대한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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