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젊은이들이 간토대지진 학살 역사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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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들이 간토대지진 학살 역사 알았으면 한다”
  • 한겨레신문 조기원 특파원
  • 승인 2017.06.0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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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이 보도한 간토대지진 학살을 다룬 연극 소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연극 요코하마 공연
연출가 후쿠치 아버지 일기 토대로 대본 작성
지난해 헤이트스피치 사회문제화 보고 결심
요코하마 시민운동가 “젊은이들 역사 통찰 필요”
 
3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열린 <나의 망막 사진기-대지진일기 1923년> 공연 뒤 무대 인사를 하고 있는 출연진과 공연을 주최한 시민단체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사실을 알고 추도하는 가나가와실행위원회’ 대표 야마모토 스미코. 맨 왼쪽 야마모토, 맨 오른쪽이 극본을 쓰고 연출과 출연까지 한 후쿠치 가즈요시.

“조선인과 사회주의자 일단이 아직 불타지 않은 마을을 전부 불태우려 한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어두워지자 격렬한 총성과 함성이 멀리서 들려왔다.”

 

3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 있는 소극장에서 <나의 망막 사진기-대지진일기 1923년>이라는 제목으로 간토(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다룬 낭독극(대본을 주로 읽으면서 진행되는 연극)이 열렸다. 연극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묘사한 이 대사는 당시 학살을 기록한 실제 일기에서 가져왔다.

 

낭독극을 연출하고 극본을 쓴 후쿠치 가즈요시(73)는 아버지의 일기에서 이 기록을 발견했다.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인 후쿠치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품을 1986년에 정리하다가, 간토대지진을 기록한 일기를 찾았다. 간토대지진 당시 후쿠치의 아버지는 현재의 도쿄 고토구에 살던 14살 소년이었다. 후쿠치가 아버지가 남긴 일기를 자세히 읽어보고 연극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였다. 구마모토지진과 헤이트스피치 사회문제화를 계기로 아버지가 남긴 조선인 학살에 대한 묘사에 주목했다. 그는 아버지의 일기를 토대로, 10대 소년의 눈으로 본 간토대지진이라는 형식으로 대본을 썼고, 지난해 도쿄에서 초연했다.

3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나의 망막 사진기-대지진일기 1923년> 공연 뒤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사실을 알고 추도하는 가나가와실행위원회’ 대표 야마모토 스미코(왼쪽)와 연극 대본을 쓰고 연출한 후쿠치 가즈요시.

아버지 일기와 역사적 기록을 참조해 대본을 썼다. “(조선인은 발음하기 어려운) 5엔50전을 말해봐라, 교육칙어를 암송해봐라”며 조선인인지 일본인인지를 가려내는 장면, 경찰이 “불령선인을 발견하면 파출소에 연락하라”며 확성기를 들고 거리에서 조선인 학살을 부추기는 장면 등이 역사적 기록에 근거한 것들이다. 극 종반부 주인공인 소년 세이키치는 “보통 사람들이 그 사람들(조선인과 사회주의자)을 살해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요코하마 재공연은 이 지역의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해 연구하고 알리는 활동을 해온 시민운동가 야마모토 스미코(78)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야마모토는 “요코하마는 조선인 학살 역사가 가장 은폐되어 있는 곳”이라며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인 6000명 중 3000명이 요코하마에서 학살됐다는 추정이 있으나 구체적인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희생자 숫자가 0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역사를 통찰했으면 한다. 헤이트스피치에서 아무렇지 않게 ‘죽여라’라고 말하는 세상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초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할 예정이 없다는 답변서를 각의(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요코하마/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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