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진실 규명 없이 세월만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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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진실 규명 없이 세월만 흘러”
  • 한겨레이우연기자
  • 승인 2022.07.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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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 발족
정부 차원 진상조사위 구성하는 ‘특별법 제정’ 목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하고 있다. 추진위에는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 4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연합뉴스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하고 있다. 추진위에는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 4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들이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벌어진 조선인 학살 100주년을 앞두고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4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추진위)’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간토학살은 1923년 9월1일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일대 간토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후 재일 조선인과 중국인, 일본인 사회주의자가 집단학살된 사건이다. 당시 일본 경찰과 군대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약탈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계엄령 공포로 병력을 출동시켰으며, 자경단과 경찰·군인에 의해 조선인 6661명(독립신문 기록)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에는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겨레하나, 민족문제연구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모임 독립,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일민족문제학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진보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참여했다.

추진위는 간토학살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채로 100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공동추진위원장인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은 “당시 상해임시정부는 진상 조사에 나서 조선인이 억울하게 학살된 것을 세상에 알렸지만 책임을 묻거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며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누구고, 어디에 묻혔고, 유족은 어디 있는지 아무것도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채 100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들이 지금도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동추진위원장인 김광열 광운대 교수는 “재일동포들은 자연재해 지진이나 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조선인이 범인’이라는 유언비어에 시달리고 있다. 99년 전의 유언비어로 입은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발족 선언문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묻어두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학살을 당했는지, 희생자들의 유해는 어디에 있는지 (일본 정부에) 학살피해자와 관련된 모든 조사자료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해방 이후 80년이 돼가도록 진실규명을 미룬 채, 학살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단 한 줄의 추도사조차 보내지 않은 한국 정부의 무책임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을 대신해 준엄하게 따져 물을 것”이라며 “흩어진 피해자의 유해를 고향으로 모시고 억울한 누명으로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족식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간토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미향 의원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에서 특별법을 마련 중이며 (학살 99주기인) 오는 9월1일에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해 국가 책임과 피해 보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4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4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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