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아닌 ‘해법’ 찾는 언론개혁 해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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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가 아닌 ‘해법’ 찾는 언론개혁 해설서
  • 노컷유스
  • 승인 2022.03.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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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책] 언론 혐오 사회, 정상근 지음, 행성B, 1만8000원

2007년 지역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레디앙’과 ‘미디어오늘’을 거친 저자는 기자 생활 내내 우리 언론의 한계를 목격하고, 직접 경험했다. 이 책은 ‘언론개혁’을 키워드로 펼쳐내는 그의 가감 없는 ‘목격담’이자 ‘경험담’이다. 

“언론개혁을 언론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분명히 맞다. … 하지만 언론계 상황을 보면 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지금 언론은 대충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피해 가자는 마음뿐이다. 부랴부랴 모여 나쁜 기사 잡아내자고 하면서 여전히 나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남자친구가 1인분에 4만3000원짜리 참치를 사줬는데 여자친구가 안 먹었다는 기사, 누가 자동차 자동 세차기 안에서 샤워했다는 기사 모두 언론이 자율규제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이후에 나온 보도들이다. 뭘 바꾸겠다는 것인가?” (215p)

저자는 본문에서 ‘혐오’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언론은 혐오의 대상이 되어도 싸다’는 식의 주장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의 제목이 ‘언론 혐오 사회’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저자는 “지금의 언론은 기사로 진실을 찾고 싶은 것이 아니라 기사로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뉴스를 사회적 공기로 다루지 않고 하나의 상품으로 다룬다”고 비판하면서 언론이 ‘대중의 불신’이라는 지옥에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포털’에 기반한 기사생산구조에 주목한다.

“발로 뛰어 기사를 써야 하는데 발로 뛰는 동안 경쟁 매체는 누구 SNS 뒤적거려 10만뷰, 20만뷰를 만들어냈다. 더욱이 오랜 시간 공들여 열심히 쓴 기사는 돈이 안 됐다. 잘 쓴 기사보다 빨리 쓴 기사가 포털 안에서는 왕이었고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가 포털에서 군림했다.…대부분의 언론사 사장들은 당장 돈이 나오는 기사 조회수나 털어 쉽게 쉽게 돈 벌 생각뿐이다. 그렇게 기자들을 의자에 주저앉힌 경영진들은 저 기자놈들 앉아서 거저 돈 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기자들 입장에서 이런 방식의 업무는 매우 고통스럽다.” (232p)

▲언론 혐오 사회, 정상근 지음, 행성B, 1만8000원.
▲언론 혐오 사회, 정상근 지음, 행성B, 1만8000원.

저자는 현장의 기자들을 향해 “기사를 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항변하고, 포털 타임라인에 맞춰 찍어내는 컨베이어식 뉴스 생산을 멈추라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서 탈출해야 ‘대중의 불신’이란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독보적인 저널리즘을 위해 출입처를 버리고, 게이트키핑 문제 해결을 위해 기사량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100여명의 기자가 있는 조직이라면 출고기사가 하루 최대 50개가 안 돼야 기사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뉴스룸을 “수평적으로 재구성”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아가 저자는 “한국 언론의 문제는 정파성,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립을 지키지 않고 누구의 편을 들고 있다’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의 편을 들면서 중립적인 척하는 것이 진짜 문제다”라면서 “언론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정파성이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정파라고 해서 있는 사실을 왜곡해 보도하거나, 아예 거짓을 보도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왜 언론은 개혁의 대상이 되었을까. 책을 읽다 보면 ‘혐오’가 아닌 ‘해법’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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