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겠습니다 - 이기철
상태바
그렇게 하겠습니다 - 이기철
  • 양재성 기자
  • 승인 2020.03.27 2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

                                           이기철

 

내 걸어온 길 되돌아보며
나로 하여 슬퍼진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내 밟고 온 길
발에 밟힌 풀벌레에게 사죄합니다

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이
내 길 건너며 무표정했던
이웃들에 사죄합니다

내 작은 앎 크게 전하지 못한 교실에
내 짧은 지식 신념 없는 말로 강요한
학생들에 사죄합니다

또 내일을 맞기 위해선
초원의 소와 순한 닭을 먹어야 하고
들판의 배추와 상추를 먹어야 합니다
내 한 포기 꽃나무도 심지 않고
풀꽃의 향기로움만 탐한 일
사죄합니다

저 많은 햇빛 공으로 쏘이면서도
그 햇빛에 고마워하지 않은 일
사죄합니다
살면서 사죄하면서 사랑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

삶은 신비입니다
그 많은 것들이 다른 것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칩니다
가만히 우주를 들여다보면
만물의 삶은 그 자체로 십자가입니다
고마움입니다

사는 것이 죄악입니다
다른 존재의 삶을 착취하여
자신의 배를 불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너를 죽여 자신을 살리고자 하는 것들
역사는 이들로 어두워집니다
세상은 죽음입니다

성찰과 참회의 사순절기에
좀 더 진지하게 제 길을 가렵니다
우리 작은 걸음에도
우주의 평화가 좌우됨을 명심하렵니다

(0327, 가재울에서 지리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