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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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 신경림
  • 양재성 기자
  • 승인 2020.02.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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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성의 아침을 여는 시

+ 싹 +

                           신경림

어둠을 어둠인지 
모르고 살아온 사람은 모른다
아픔도 없이 
겨울을 보낸 사람은 모른다
작은 빛줄기만 보여도 우리들
이렇게 재재발거리며 
달려 나가는 까닭을
눈이 부셔 비틀대면서도 진종일
서로 안고 간질이며 깔깔대는 까닭을

그러다가도 문득 생각나면
깊이 숨은 
소중하고도 은밀한 상처를 꺼내어
가만히 햇볕에 내어 말리는 까닭을
뜨거운 눈물로 어루만지는 까닭을

+++++++++++++++++++++

꼼짝도 하지 않던 
나무에 새싹이 트고 꽃이 피면
봄의 신비가 열린다

겨울을 치열하게 산 것들
그 어둠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아주 작은 빛이라도 고대했건 것들
그들이 얼른 마중 나간 덕분에
봄은 오고 있다

아픔을 딛고 겨울을 살아낸 것들이
푸른 세상을 짓고 있다
저 여린 새싹들이
혹한의 겨울을 밀어내고 
따뜻한 세상을 열고 있다

(0220, 가재울에서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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