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지난 11월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기수의 부인 오은주라고 합니다. 제 남편의 죽음은 벌써 작년이 되어버렸고. 76일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저는 지금 이 순간조차도 남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매번 이렇게 앞에서 남편을 떠올리며 발언을 할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미어집니다. 제 남편의 차가운 시신은 지금 저기 옆 세종로 공원 한 모퉁이에 외로이 홀로 누워있습니다.
제 남편은 우리나라 공기업인 한국마사회에 온갖 부조리와 갑질을 당하다 끝내 견디지 못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요.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혼자서 짊어지고 간 제 남편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기업인 부산경마장에서 지금까지 7명의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그런 중대재해가 일어났음에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를 외침에도 불구하고 또 누군가는 일하다 퇴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절절하게 발버둥 치며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모든 관리 책임이 있는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연이은 죽음에도 그 어떤 책임자 처벌도 내리지 않으며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 남편은 3장의 긴 유서를 남겼습니다. 그 속엔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수가 없다, 라고 적혀있습니다. 그게 15년간 몸 바쳐 일해 온 한국마사회의 실체입니다. 한국마사회는 특수고용직인 경마기수들에게 온갖 막강한 권한을 행사 해놓고 이제 와서 고용하지 않았으니 그 어떠한 책임도 없다는 철면피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싸우는 이유입니다. 바로 이것이 제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노동자들의 미래가 밝으며 불안에 떨지 않고 꿈과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일터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우리나라 공기업의 적폐권력 해체를 촉구합니다. 노동자의 삶이 바뀌는 날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 저희가 버틸 수 있는 힘은 여러분의 관심과 연대 뿐입니다. 같은 마음으로 죽음을 멈추는 희망버스의 승객이 되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단 한명의 소중한 생명이라도 헛되거나 잊혀지지 않게 함께 손잡아주십시오.
우리는 살 권리가 있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길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합니다. 그래야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습니다.
2020년 2월 22일 4시 대학로. 함께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