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공동성명]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망언에 대한 항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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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동성명]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망언에 대한 항의문
  • 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미디어위원회
  • 승인 2023.03.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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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토 대지진 학살 100년에 즈음하여 고이케 도지사의 발언에 항의합니다.

간토 학살 100주기를 맞은 올해 2월 21일, 일본 도쿄도의회 정례회의에서 의원들이 2017년 이후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물으며 추도사 송부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 것에 대해,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무엇이 명백한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역사가가 해명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간토대지진 시기의 조선인 학살에 대한 역사적 실체를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의원들이 도쿄도가 이미 1972년에 발행한 「도쿄 백년사」에서 조선인 학살에 대해 「지진 재해와는 다른 인재」라고 기재하고 있다고 지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막심한 재해와 그 뒤에 이어진 다양한 이유로 사망한 모든 분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기존의 태도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이 같은 태도는 학살에 대한 역사적 실체를 부인하고, 학살 피해자를 재난 피해자와 동일하게 다룸으로써 불의의 역사를 합리화하는 것에 다름아닙니다. 우리는 1973년 이래 도쿄도지사가 매년 보내오던 주도문을 2017년 코이케 도지사가 중지하던 때부터 추도식이 열리는 행사장 옆에서 확성기를 틀고 조선인을 모욕하고 과거 침략과 학살범죄를 정당화하는 헤이트 스피치가 시작되는 등, 과거사 부정이 현재의 차별로 이어지고 있음을 주목합니다. 

지난해 9월 1일 오전 일본 도쿄도 스미다구 소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간토대지진 99주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는 가운데 근처 도로에서 한 시민이 "재해사(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와 학살은 다르다", "고이케 유리코(도쿄도지사)는 9월 1일에 추도문을 보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지난해 9월 1일 오전 일본 도쿄도 스미다구 소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간토대지진 99주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는 가운데 근처 도로에서 한 시민이 "재해사(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와 학살은 다르다", "고이케 유리코(도쿄도지사)는 9월 1일에 추도문을 보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에, 한국과 일본에서 간토 학살의 진상규명과 국가 책임을 묻고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모인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으로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망언에 항의하고 규탄하는 성명을 아래와 같이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성명은 한국과 일본에서 구성된 간토 학살 100주기 추모위원회(실행위원회)가 함께 발표하는 첫 공동성명이며, 앞으로도 간토 학살 진상규명과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여러 사업들을 연대하여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일 공동성명]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망언에 대한 항의문

 간토 대지진 학살 100년에 즈음하여 고이케 도지사의 발언에 항의합니다. 

우리는 올해, 2023년 9월 간토 대지진 100주기를 맞아 조선인학살 및 중국인 학살 희생자 추도에도 그 책임 추궁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21일 도쿄도 정례 도의회에서 한 의원이 간토대지진 당시 다수의 조선인 학살에 관한 질문을 했고, 코이케 유리코 도지사는 “무엇이 명백한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역사가가 밝혀야 할 문제이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우리는 코이케 도지사의 이 답변에 대해 놀라움과 함께 깊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간토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에 대해서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 연구자들이 실증적 연구와 수많은 증언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학살의 역사적 실체를 밝혀왔습니다. 또한 내각부에 속하는 중앙방재회의에 의한 「재해훈련 계승에 관한 전문조사회 보고서」(2008년 3월)의 제2편 「1923년 간토대지진」에서 내무성, 군부, 관헌, 유언비어, 그리고 자경단이 대지진 시 조선인 학살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었는지 상세하게 보고하고 있습니다.(79-122쪽, 179-205쪽, 214-215쪽). 코이케 도지사의 답변은 이러한 역사 연구의 성과와 중앙 방재 회의의 보고에 대한 무지를 의미하는 것입니까.

1973년 9월 이래 도쿄도 지사가 매년 9월 1일 추모식에 보내온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관한 추모문을 코이케 도지사는 지사로 취임한 이듬해인 2017년 9월부터 오늘까지 중단해 왔습니다. 

그 경위를 되돌아보면 앞선 고이케 도지사의 답변이 무지에서가 아니라 역사 연구의 성과와 중앙방재회의 보고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언동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점은 2017년 8월 25일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코이케 도지사의 답변으로 보아 분명합니다. 그 기자회견에서 코이케 도지사는 그 역사를 학살로 볼 것인지 아닌지는 “다양한 역사인식이 있을 것 같다”고 각각의 역사 인식 차이의 문제로 대치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큰 재해와 그에 이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돌아가신 분”이라는 표현을 통해 시종일관 “학살”이라는 말을 피하면서 재해 희생자와 학살 희생자를 구분하지 않고 추모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코이케 도지사의 이런 생각으로부터 지난 2월 21일의 발언이 나왔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할 수 없습니다.

재해 희생자의 죽음과 학살 희생자의 죽음을 동등하게 다루면서 학살의 역사적 사실 인식에서 도피하고, 그에 대한 국가와 행정당국의 책임을 불문에 부친다는 생각은 전제 국가의 폭군이 아닌 한 오늘날의 세계에서 전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며, 도쿄도 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부끄러운 자세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간토대지진 학살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코이케 도지사의 이러한 자세를 단호히 규탄하고 항의하고자 합니다. 

                                                                                                     2023.  3. 1

(韓)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

(日) 간토대진재 조선인학살 100주년 희생자추도 및 책임추궁행동 실행위원회     

    (日)  간토대진재 조선인·중국인학살 100년 희생자 추도대회 실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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