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에 묻는다.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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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에 묻는다.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한다는 것은?
  • 김종수
  • 승인 2021.08.13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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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새롬 청소년센터, 세종 YMCA 청소년들과 역사교육으로 만나다

광복 76주년을 맞아 세종청소년센터 상상센터에서 시행된 광복절 특사 프로그램에 특별강사로 초대받았다.  8.15를 맞아 잊혀져가는 역사를 기억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이 있어 이에 대한 국가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한 편 시민으로서 작은 실천으로 한걸음씩만이라도 함께 전진하자는 내용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줌(ZOOM)강연을 하였다. 

1시간의 강연에 담을 세가지 꼭지는 광복절이란 네이밍 속에 담긴 해방절, 종전(패전)일의 의미를 물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역사적 교훈으로 많이 언급되었던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 속의 의미를 새롭게 물어보자는 것이었다. 즉 가해자들은 가해의 역사를 기억하여 재생하려 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역사에 대한 아픔을 잊고 다시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이들의 의도를 짚으며, 무엇이 어떻게 왜곡되어가는 지를 알아야 혐오에 가득찬 쓰레기 주장들에 대해 하나하나 사실에 입각하여 차분하게 대응해갈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언제나 그렇지만 '학살'을 주제로 한 강연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리 혐오감을 배재하려해도 저들의 잔혹하고 후안무치한 행태에 분노가 끓어오를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러한 감정의 변화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평범한 개인이 살인귀(殺人鬼)-좀비가 되어가는 과정에 내셔널리즘의 작용이 있음을 가장 중요한 강의의 포인트로 삼고 그것에 공감해 주기를 바래야 했다. 

'잔인한 민족성'이란 말은 전쟁과 참화를 겪었던 피해자들에게 당연하겠지만 그것은 특정한 민족에게만 보여지는 현상은 아니다. 우리의 역사 속에 공권력을 앞세워 민중들에게 자행했던 역사들을 들여다보면 그 잔임함이란, 그 파렴치함이란 결국 특정 민족에게서 보여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국가권력이 통치를 위해 이른바 국민(國民)의 감성을 세뇌시킨 내셔널리즘이 만들어낸, 그래서 보통 인간들이 지닌 감성들을 말살시켜 살인귀로 만들어왔음을 공감하게 된다.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기에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이끌어내며 피드백의 내용을 다시 강조하고 발전시켜가는 대화식 강의의 장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학생들의 반응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세종 YMCA, 새롬청소년센터의 선생님들의 반응이 너무도 진지했다. 한국정부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이 지금까지 없었다는 사실에 이해를 할 수 없었다고 하였으며, 그리고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권력에 맞서 싸워왔던 일본 시민들의 노력에 깊이 연대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에 공감해 주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였고, 중고등학생들이기에 당장에 큰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이 3~4년이 지나면 곧 청년 대학생이 되어 올바른 역사의식으로 왜곡된 역사를 지켜가는 리더들이 될 것이다.  

1923청소년 온라인감시단은 서울과 경기, 충남, 세종에서 각각의 거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이 거점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역사교육을 지원해가려 한다. 일제하에서 자행된 식민지범죄를 올바로 학습하고, 세계인들의 보편적 인권의식에 바탕해 일본의 국가범죄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티재팬'만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한 번 휩쓸고 지나가는 캠페인만으로도 부족하다. 

더디지만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으로 건강한 역사관을 정립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뿌리를 단단하게 하는 일이다. 그 후에는 어느 자리에서든 다양한 퍼포먼스로 스스로 자기의 몫을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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