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 대학살 - 序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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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 대학살 - 序詩
  • 김창규
  • 승인 2020.09.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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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 대학살  -서시

                                                                                 

김창규 시인
김창규 시인

 

1923년 구월 초하루 도쿄와 요코하마 지역에

새벽부터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졌다

방금이라도 무슨 엄청난 사건이 일어 날 것만 같다

온 천지가 어두워졌고 점심때가 되자 7.9의 대지진이

도쿄 지역의 여기저기서 발생하였다

천지가 흔들렸고 나무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담과 지붕이 무너져 내렸고 아궁이와 풍로의 불길이

집안의 모든 것을 삼켰다

불길은 도시의 전체를 태웠고 검은 연기는 하늘을 가렸다

일본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울부짖고

조선인들은 유언비어의 날조에 의해

아주 비참하게 학살 살해되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어찌 그 날 그 거리에서 참혹하게 얼굴을 짓이겨진 채

아이를 부둥켜안고 쓰러진 조선인 등에 칼을 꽂고

목을 베고 자르고 배를 찔러 창자가 튀어나오게 하고

그렇게 죽은 이가 육천 명을 넘었다고 하니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며 일본인을 원수

조선의 원수라고 하지 않을 수 있나

이 서시의 기록을 100년의 한이라 규정하고

조선인의 마지막 남은 간토 학살의 비극을

그대로 옮기려 하니 망자의 슬픔을 풀어주고

떠도는 혼을 붙들어 영원한 나라의 집에 돌아가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의 시작을 널리 알리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97년 전 간토의 학살을 관동대지진이라

하지 않고 계엄령 선포로 조선인 간토 대학살 극이라

사방팔방에서 죽은 시체가 널려 있는 가운데

시로서 조선의 비극을 전하고자 한다

우물에 독을 넣었고 방화를 했고 그래서 난리가 났다

방화의 책임을 묻고 계엄령을 선포한 일본 당국은

조선인 학살을 감행 하도록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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