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성의 아침을 여는 詩
+ 십자가(十字架) +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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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교회당 예배 중단
가정예배로 전환되었다
혼란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의 일종이다
그간 교회는
첨탑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역사의 진보를 가로 막고
민중의 해방을 방해하였다
어두워가는 나라의 운명을 지고
독립을 위해 분연히 일어난 사람들
그들의 중심부엔 교회가 있었다
나를 죽여 너를 살리는 십자가
그 십자가가 일상이었을 때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었다
(0229, 가재울에서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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